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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매우 특별한 교내 인사

칼럼

by 호남교육신문 2022. 1. 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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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완∥함평교육장

2021년 12월 말, 매우 뜻깊은 만남을 가졌다. 7년 전에 관내 모 학교에서 교장으로 근무하던 때 함께 일했던 직원의 정년퇴직을 축하하는 만남이었다. 나는 임기가 되어 그 학교를 떠났지만 그 직원은 지금까지 동일 학교에서 근속했다.

직원은 학생들의 급식 조리 업무를 담당했다.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많은 사람들의 모범이 되었던 분이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긍심과 책임감이 주변 사람들에게 큰 믿음을 주고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

식재료의 준비 및 관리에서부터 급식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까지 치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문제점을 보완했다. 덕분에 아이들과 교직원의 급식 시간은 늘 행복함이 묻어났었다.

소회의실에 예쁜 모양으로 디자인된 감사패와 작은 선물을 준비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정한 시간이 되자 주인공은 밝은 표정과 활기찬 걸음걸이로 회의실에 나타났다. 매사 긍정적이고 열심히 생활해 온 삶의 모습이 그의 밝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정년퇴직이라는 낱말에서 연상할 수 있는 나약함이나 노쇠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간단한 축하 의식을 마치고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자연스럽게 7년 전의 학교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7년 전 주인공이 학교에 부임을 했고, 이듬해 2월 말이 됐다. 교무실에서는 새 학년도를 준비하는 분주한 움직임이 있었다. 준비하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하게 선행돼야 할 일이 교직원 개개인의 업무를 분장하는 일이다. 이름하여 교내 인사다.

부장교사를 결정하고, 각 학급 담임교사를 배정해야 한다. 이어서 교직원 개개인이 담당할 업무를 분장해야 한다. 이쯤에서 교직원 사이에서는 약간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된다. 조금이라도 덜 부담스러운 업무를 담당하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자칫 업무를 기피하려는 정도가 심해지면 학교장이나 교감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과정이다.

걱정과는 달리 업무분장은 순조로웠다. 조금씩 양보하고 약간의 어려움은 협의를 통해 타협안을 찾아갔다. 그렇게 공적인 업무의 분장이 큰 어려움 없이 완료됐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교내 인사 회의를 마치려는 순간, 한 교사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모든 교직원의 이목이 집중됐다.

“3월부터 교직원 친목부장을 담당할 선생님을 정해야 합니다.” 그렇다. 당시까지 친목부장을 맡았던 ○○선생님이 전근 가시게 돼 이어서 담당할 직원을 정해야 했다. 친목부장. 어떤 공적인 업무보다도 어려운 역할이다.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직원들의 애경사를 꼼꼼하게 챙겨야 하고, 정기적인 친목 행사도 진행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직원간 갈등이 발생했을 때 조정의 역할을 해야 한다. 업무 자체가 사적 모임의 성격이므로 공적인 예우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참 동안 정적이 흘렀다. 이런 경우 누군가 무슨 말이라도 했다가는 ‘바로 너’로 지목될 수 있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는 터다.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 그 순간 머릿속에 번득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당사자는 그 자리에 없었다. 내가 입을 열었다.

“○○조리사님을 추천합니다. 이 자리에 계시지 않지만 모든 직원이 부탁하면 수락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제안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임 속에는 그 분에 대한 두터운 신뢰가 숨어있었다.

“교장선생님 덕분에 그 후로 7년간 친목부장으로 정년퇴직 하네요.” 넉넉한 표정으로 전하는 말 속에서 그 분이 학교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덕분에 오랜 기억과 함께 따뜻한 연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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