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완
청계북초등학교장
2022. 지방선거가 끝났다. 7월 1일자로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의 임기도 새롭게 시작됐다. 저마다 자신들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한 정책들을 펼쳐 놓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지혜를 모아 만든 정책들일 것이다. 정책들을 들여다보면 크게 두 가지의 공통 이슈가 담겨져 있다. 기초·기본학력과 미래교육이다.
기초·기본학력.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교육에서 결코 소홀하게 다룰 수 없는 불변의 용어가 아닐까. 조금씩 그 의미와 비중을 다르게 적용하기는 하나 결국은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지적 수준이다. 관건은 그것을 어떻게 갖추게 할 것인가이다. 오래전에는 지식 중심의 수업을 하고 정기적인 평가를 통해 학력을 재단하곤 했다.
1980년대 초반, 교직 2년째. 6학년을 담임하게 됐다. 전통적인 학력이 매우 중요시 되던 시대였으니 6학년은 중학교의 학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책임감이 무거웠다. 교감선생님은 담임 발표 후 나를 바라보며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말씀하셨다. “김선생님, 고생 좀 하시겠습니다.” 6학년2반 40여명의 아이들은 워낙에 개구쟁이인데다 학력은 교내의 모든 선생님들이 걱정할 정도였다. 나 또한 그것을 모를 리 없었고 그만큼 각오도 남달랐다.
당시에는 학교마다 월말고사가 실시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지난달과의 비교, 친구들과의 비교로 부담이었고, 담임교사는 다른 학급과의 비교로 결과에 예민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날마다 한 두건씩 말썽거리를 만들어내던 아이들이지만 월말고사를 치르고 난 다음날의 교실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담임선생님의 잔소리가 어김없이 예고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붉은색연필로 큼지막하게 점수를 새긴 각자의 수학문제지를 모든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평가문항을 하나씩 다시 설명했다. “이 문제, 공부시간에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잖아.” “틀린 사람 손들어봐!!” 감정 조절이 되지 않은 가운데 목소리는 높아지고, 그 높이만큼 아이들은 위축됐다. 행여 선생님의 원망이 자신에게 집중되지 않을까 잔뜩 겁먹은 얼굴로 눈동자만 열심히 굴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맨 뒷자리에 앉아있던 문희가 바로 앞자리의 희영에게 쪽지 하나를 전달하고 킥~하고 웃었다. ‘이런 순간에 쪽지를?’ 나는 하던 잔소리를 멈추고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까닥여 문희를 앞으로 불렀다. 모든 아이들의 걱정스런 눈빛이 문희를 향해 쏟아졌다. 문희의 겁먹은 얼굴과 쪽지를 번갈아 들여다보던 나는 가만히 나의 몸을 교탁 뒤로 숨겼다. 그리고 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어설픈 교사의 잔소리도 함께 거두어야만 했다.
아이들이 함께하지 못하는 수업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아이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교수 행위가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 가르쳤다고 모두 학습한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이치를 자각하는 순간이었다. 개개의 아이들이 현재 어떤 수준에 있는지, 어떤 장애로 기본학력을 성취하지 못하는지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에 적합한 교육이 주어져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은 쪽지였다.
거의 공포에 가까운 교실의 분위기 속에서 문희가 희영에게 전한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희영아, 선생님 남대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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