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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는 제왕(帝王) 멍해지는 국민

칼럼

by 호남교육신문 2022. 10. 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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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관∥호남교육신문 칼럼니스트

“국회에서 이 XX들 승인을 안 해 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최근 대한민국의 대통령 입에서 나온 말이다. 보통의 관점에서 지도자가 할 말은 전혀 아니지만 만약에 무의식적으로나마 그때 처한 상황을 두루뭉술하게 덮어 보려는 객기로 한 말이었고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했던 말이라고 짐작할 수도 있다.

인간은 늘 실수를 하면서 살아가기에 자신이 실수했을 때 빨리 사과를 하면 상대방도 대개 받아들이곤 한다. 그런데 이러한 보도가 나가고 한나절이 훌쩍 지난 시간에 대통령실에서 나온 해명이 걸작이다. “대통령은 ‘바이든’이라 하지 않았고 ‘날리면’ 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안 해 주면 날리면이 쪽팔려서 어떡하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해명인가. 혹여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안 해주면 내가 바이든한테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식의 옹색한 변명이라도 했다면 ‘억지 춘향’노릇 정도는 해 줄 만도 하다.

그런데 명확한 발음으로 나와 있는 단어 구사를 ‘사실과 다르다’고 우기면서 적반하장으로 M 방송사를 명예훼손죄로 고발한 제왕 군단들의 희한한 발상에 어안이 벙벙해 그저 멍할 뿐이다.  세종대왕님이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제일 마지막에 나온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날로 씀에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다”는 말씀에 귀 기울어진다.

그렇다. 한글은 일상에서 편안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극히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범주에서 말이다. ‘바이든’은 ‘바이든’이라 발음되고, ‘날리면’은 ‘날리면’으로 발음되게 만들어진 것이 한글의 원리다. 그것을 가지고 음성인식기에 넣어서 분석하면 ‘바이든’이 아니고 ‘날리면’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초현실적 발상을 한 어느 학자의 차원 높은 식견(?)에 세종대왕님의 견해는 어떠하실지 궁금하다. 

미국의 한 매체는 ‘한국인들이 전국 듣기평가에 들어갔다’고 조롱하고 있다. 자신의 잘못된 발언을 사과하지 않고 우기면서 제왕적 통치를 추구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향한 비아냥이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타국의 기자들에게 이런 수모를 당했을 때는 당연하게 울분이 쌓이고 적대시하는 감정이 생겨야 옳을 일인데 오히려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는 상황에 마음이 놓일 정도이니 안타까운 심정이다.

자신의 실수로부터 시작된 비속어 논란을 언론의 과장된 보도로 돌리며 풀어가려는 독특한 사고방식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국민의 눈높이를 무시하고 자신의 눈높이에 맞추어 국민을 이끌어 가려는 제왕적 리더십(Leadership)의 표출이요, 국민을 우민(愚民)으로 여기며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 아니다. 그것도 아니면 수십 년 동안 검사 생활에서 쌓아왔던 안하무인의 사고로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법자로 파악하는 습성이 있지는 않을까. 의심스럽다.

“발 뻗을 곳을 두고 누우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처지를 알고 다음을 행동하라는 말이다. 대통령의 말은 일개 범부(凡夫)의 말과는 사뭇 다름을 모른 이가 있겠는가? 그런데 대통령이 범부들 조차도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계속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지금 대통령은 탁월한 예지가 있는 자신을 믿고 따라와 주는 것이 국익을 위한 행동이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그것은 당신이 검사 시절에 범죄자들을 상대로 ‘이XX, 저 XX’ 하면서 윽박지르고, 없던 죄를 있는 것으로 만들었거나 있는 죄를 없었던 것으로 조작했던 검찰총장의 역할이 아닌 대한민국 최고 지도자임을 자각해야 한다. 

너무나도 뻔하게 나타나는 우리말의 발음을 묘한 주술적 어법으로 둔갑시켜보려는 애절한 소망은 그저 가엾기까지 하다.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들어주기를 강요하는 이 정부의 통치 방향에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말도 안 된 문제로 대통령이 앞장서서 국론 분란을 만들어 가는 것을 보면 화가 치밀다 못해 멍해져 버린다.

많은 국민이 지금까지 쌓아온 가치관들이 과연 맞기는 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자신의 청력 의심, 자신에게 생긴 것 같은 선입견과 편견에 대한 자괴감,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 옹졸함 등이 있지는 않은가 하면서 혼돈된다.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진실과 정직’을 무한 반복해 가르친다. 이러한 가치가 학교 교실에서만 적용되고 사회현장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가치라면 그것이 무슨 교육이겠는가?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문제 되는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문제는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우리 사회 가치에 대한 정립이요, 교육에 대한 올바른 좌표다. 가장 모범이 되어야 할 대통령의 언행에서 배울 바가 없다면 그것은 국민의 지도자가 아니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제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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