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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선생에게 드리는 글

칼럼

by 호남교육신문 2022. 3. 2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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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와 고금을 아우르며 철학이나 사상 그리고 모든 면에서 이처럼 해박하고 탁월한 식견을 가진 석학이 우리나라에 어디 있을까? ‘문재인의 보유국’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상적인 측면에서 보면 ‘김용옥의 보유국’이라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로 그의 학문과 뛰어난 통찰력에 찬사를 보낸다.

젊은 시절 한의학으로부터 시작해 동서의 철학적 관점은 물론이며 대한민국의 역사와 사회현상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통쾌하게 설파한 그의 강의를 들으면서 감동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쉰듯하면서도 걸걸한 특유의 음색이 오히려 좋게만 느껴지는 그의 매력을 일찍이 아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그렇게 출중하고 위대했던 그가 2022년 대선이 끝나고 얼마 있지 않아 멍청하고 우둔한 국민들을 향해 그리고 진보의 성향으로 가는 국민들을 향해 엄청난 충고를 던졌는데 그 내용을 보니 충격이다.

“다시는 문 같은 대통령이 태어나지 않도록 빌어야 한다”는 직언이다. 물론 증오심을 가지고 했던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지만 지금 시점에서 그러한 말은 그가 그토록 지지하고 믿어왔던 진보성향의 지지자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말일 뿐이다. 거기에다 “자기(문재인)가 발탁해 놓은 사람에게 갖다가 받쳐 이렇게 된 일 아니냐”고 비판한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 말은 당연히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결과를 예측하면서까지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 가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오히려 자기를 알아차려 준 주군(主君)을 배신한 사람에게 먼저 비난의 화살이 돌아감이 옳다.

“윤석렬이라는 사람 몰라요. 알 수도 없지요.” 이러한 화법을 쓰는 사람들의 부류는 쉽게 말하고 잊어버리는 정치인들이나 또는 시정잡배들 정도의 수준에서 끝났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민초들도 각종 매스컴을 통해 제1 야당의 후보였던 윤석렬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데 그쪽 방향으로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본인이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강연내용의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인지 아니면 자신의 참됨을 보이겠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식이요 허구적인 말투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나는 이재명을 지지하지도 않는다”는 첨언은 대선 얼마 전에 ‘이재명은 하늘이 내린 후보’라고 칭송했던 분이 해서는 안 될 말이기에 여태까지 생각해 왔던 도올 선생의 언행이 맞나 싶은 의구심마저 든다. “진보는 때를 놓쳤습니다”라고도 말한다. 대선이 끝나고 한없는 상실감에 빠져있는 양심적인 세대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주기 위해 반성의 목소리를 선봉적으로 내고자 하는 의도를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메시지보다는 “진보의 3시대(김대중, 노무현, 문재인)가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발전은 이렇게 놀랍도록 진행되고 있으니 다음을 기대하며 정진합시다”라고 전해주었으면 무척이나 좋았으련만. 대선 패배의 원인을 이재명 때문이라고 한다거나 문재인의 탓이라고 한다거나 또는 조국의 사태로 생각하는 방식은 진보의 발전을 꾀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단편적이고 근시안적인 사고에 불과하다.

진보는 ‘현실의 모순에서 좀 더 깨어나고자 하는 의지와 인간존중의 모습으로 꾸준하게 정진해 가야 한다.’ 진보 진영에서 흔히 범하기 쉬운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이제는 벗어나야만 한다. 자신의 깨끗함이 더 빛난다고 주장하기 위해 동료들을 과감하게 비판하고 깔아뭉개는 자세는 여기에서 멈추어야 한다. 그것은 마치 북한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자아비판과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한국의 사회나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진보와 보수의 성향이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영원히 진행될 것만 같았던 민주진영과 공산진영의 대립 관계가 허물어졌듯이 진보와 보수의 대립 관계도 많이 희석되고 있다. 사회정의를 외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길을 선택하는 방식은 개인이나 국가나 한결같이 똑같은 경향으로 흐른다. 

평소 도올 선생의 인품을 모를 리 없기에 이번 발언만을 가지고 더 이상 논하는 것도 도리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강의의 최종에 “(진보가) 철저하게 반성해야 한다는 각오로 오늘 강의를 마치겠습니다”하는 대목에서 도올 선생의 진심을 새겨 보고도 싶다. 하지만 그것이 빌미가 되어 보수 진영에게 좋은 사냥감으로 제공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심히 염려되기도 한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충고와 충언은 반드시 필요하다. 때에 맞는 적절한 말과 행동 그리고 의로움 속에서 말이다. 이번 도올 선생의 강연은 과연 아직도 존경하는 선생께서 역설하신 ‘시(時)’와 ‘의(義)’의 경우에 합당하고 적절한가를 묻고 싶다. 

 

박 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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