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삐용 의자’ 법정스님이 ‘불일암’에서 땔감으로 쓸 장작으로 제작
'무소유 상징' 얼기설기 엮어 만든 의자 모형 청동으로 제작
목상고등학교(교장 서영길)가 지난 6월 19일 ‘무소유’의 가르침을 남기고 떠난 법정스님(목상고 29회)의 조형물 제막식을 가졌다.
이번 법정스님 조형물 제막식은 목상고 개교 100주년 기념 사업회가 지난 2020년 6월 1일 개교 100주년 기념일에 맞춰 추진된 사업의 일환이다. 100주년 기념행사는 오는 10월 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간의 일정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법정스님은 193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목포상고(현 목상고)를 졸업하고, 전남대 상과대학을 수료했다. 이후 통영 미래사에서 출가한 뒤 1975년 본래의 수행승으로 돌아가기 위해 송광사 뒷산에 손수 불일암(佛日庵)을 지어 혼자 지냈으나, 또다시 사람들이 찾아오자 1992년 제자들에게조차 거처를 알리지 않고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혼자 지냈다.
1993년 시민운동단체인 '맑고 향기롭게'를 만들어 소리없는 나눔을 실천했으며, 1996년 성북동의 요정 대원각을 기부받아 1997년 12월 길상사를 개원한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대중법문을 해왔다. 폐암으로 투병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수고만 끼치는 장례의식을 행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지난 2010년 3월 11일 입적할 때까지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다.
이번 조형물은 일명 ‘빠삐용 의자’라고 불리는데, 법정스님이 ‘불일암’에서 땔감으로 쓸 장작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의자 모형을 청동으로 제작한 것이다. 스님은 생전에 영화 속 주인공 ‘빠삐용’이 절해고도(絶海孤島)에 갇힌 것은 "인생을 낭비한 죄"라면서 "자신도 이 의자에 앉아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본다"고 자주 말했다고 한다.
빠삐용 의자 조형물은 스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무소유 정신의 상징물이다. 이번에 설치한 조형작품은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을 건립한 조각가 김영원 전 홍익대 미대 학장의 재능기부와 평소 법정스님을 존경하는 여섯 분의 외부 인사의 도움으로 건립됐다.
의자가 놓인 하단, 원형의 조형물에는 한글과 한자로 ‘무소유’가 새겨졌다. 목상고에서도 법정스님 조형물 설치를 반기고 있다. 현재 재학 중인 480여 명을 대표해 학생회를 이끌고 있는 김현서(2학년) 회장은“조형물을 보고 저희들도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친구들이 올바른 인성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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