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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사] 고광진 영광교육장 "바람처럼 살 수 있는 행복 맘껏 누릴 것"

칼럼

by 호남교육신문 2025. 2. 2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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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41년의 공무원의 시간을 마무리합니다. 홀가분하고 아주 기쁩니다. 1984년 처음 교사로 시작해서 오늘 교육장으로 퇴임하는 날까지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매일 조마조마하면서 쉼 없이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직업을 선택했지만 가르치기는 커녕 오히려 퇴직하는 지금까지 배우기만 하다가 퇴직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입니다.

영국의 대문호 '버나드쇼'는 자신의 묘비명에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말을 새겼다고 하는데 퇴임을 앞두고 보니 공감이 갑니다. 퇴임은 저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됐습니다. 항상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아지겠지' 하면서 걸어온 시간들입니다.

아니 세월에 속아서 살아 온 시간입니다. 지나오면서 서툴렀던 일, 오히려 안하느니만 못했던 일, 남에게 폐 끼쳤던 일이 많아 후회가 많습니다. 잘난 것도 없이 우쭐대고 자만에 빠져 다른 사람에게 상처 준 일도 많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채 여물지 못한 저의 탓이었을까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진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모두의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와 용서를 구합니다.

'중동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일이 끝맺음에 이르지 못하고 도중에 흐지부지되는 경우에 쓰는 말인데 끝맺음을 하는 제 심정입니다. 못다 한 일은 후임 정병국 교육장님과 여러분이 잘 마무리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이제 한 사람의 소시민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놀고 싶으면 놀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 바람처럼 살 수 있는 이 행복을 맘껏 누려볼까 합니다. 그러다 때론 아스라한 기억의 저편에서 밀려오는 함께 했던 시절의 아름답고 가슴 아팠던 추억이 제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 수도 있겠습니다.

그때마다 눈물을 가리기 위해 베갯잇에 얼굴을 파묻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의 집사람 말에 의하면 떠나면 모두 추억이 된다고 저에게 말을 합니다.  공감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남남으로 만나 함께 보냈던 많은 날들을 하루씩, 아니 시간 시간씩 낱낱이 쪼개 즐거운 마음으로 생각하면서 지내겠습니다.

그래서 아주 먼 나중에 서로 볼 수도 없을 때, 가뭄에 만난 고로쇠 나무가 제 둥치에 담았던 물기를 먼 가지의 작은 잎새까지 적시는 것처럼 지금의 이 아름다운 기억을 아끼면서 오래도록 돌이키게 된다면 참 흐뭇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고별 인사를 드립니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의 C(Choice)다”라고 언젠가 제가 조회 시간에 말했습니다. 순간순간 어려울 때마다 선택 잘 하시기 바랍니다. ′꺾이지 않는 의지와 열정′, ′정신의 서늘함′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온도와 균형, 연대의 정신으로 성취감도 이루시길 응원합니다.

고마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입으로 못다 한 말은 저의 가슴으로 전하겠습니다. 제 아내에게 감사합니다. 나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였고 친구였습니다. 당신은 나를 자랑스럽게 만들었고 항상 응원을 보내주었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해 계속 성장하고 있는 두 아들과 며느리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다들 안녕히 계십시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출근 한 날 고광진 드림.


☞ 2월 말 정년퇴임을 한 고광진 영광교육장은 무안 몽탄출신으로 목포고(29회), 전남대 사범대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했다. 담양고 교감, 영암미암중 교장, 장성문향고 교장을 지냈다. 특히 전남과학교육원 교육연구사, 나주교육지원청 장학사, 전라남도교육청 장학사, 전남과학교육원 기획운영부장, 전라남도교육청 과학영재교육 장학관, 전라남도교육청 미래인재과장, 전라남도교육청자연탐구원 분원장, 영광교육장 등 다년간의 교육전문직을 지내며 전남교육발전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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