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현∥여수교육장
‘세월 그놈, 참 무심하다’
‘인정머리라곤 찾아보기가 어려운 매정한 놈이다’
새해가 온다고 아내와 해돋이 보러 가자며 집 아래 바닷가에서 “호호” 손바닥에 입김 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달이 다 지나간다. ‘세월’을 대하는 태도도 세대마다 혹은 개인마다 각양각색일 것이다. 어떤 이는 ‘너무 더디 가서 속상해’할 터이고, 또 어떤 이는 ‘너무 빨리 가서 아쉬워’할 것이고 말이다.
필자의 마음은 이미 들켜버린 것 같다. 앞에서 “무심하다”고 싱겁게 밝혀버렸으니 말이다. ‘간만에 자판기 앞에서 글을 쓰면서 웬 세월 탓이냐?’고 생각하실 것 같다. 물론, 오랜만에 전남교육 가족들이 가장 많이 찾아 읽는 지면위에 ‘세월’ 이야기로 화두를 끄집어낸 사연이 있다. 돌이켜보는 일은 다시 내일을 바라본다는 일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것 같다.
3월을 앞에 두고 조심스럽게 민선 4기를 되돌아보고자 이렇게 글말을 만들어본다. 이렇게 호남교육신문에 글을 써서 보내는 행위는 많은 생각들이 필요해진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전남교육에 애정을 가지신 독자들이 대부분이니 더욱 그러하다. 더군다나 민선 4기를 시작하는 지점에서 주체적으로 참여했던 사람이기에 더욱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 까닭은 민선 4기는 현재 진행형이기에 남은 임기 동안 민선 4기 전남교육이 더욱 성장해 가기를 바라는 간절함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졸고 에 뒤를 이어 보다 생산적인 비판과 조언도 이어지기를 기대하면서 몇 자 적어보겠다.
필자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 있다. “민선 4기 ‘김대중호’는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이 질문을 한 마디로 답하라고 하면, 필자는 당연히 “잘 가고 있다”라고 말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이어가야 할 것 같다. 돌이켜보면, 2022년 우리 교육계는 코로나 팬데믹으로부터 일상으로 회복해가는 시기였다.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학습 환경을 만났고 학교 구성원들은 순조롭게 그 과정을 넘어섰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경험한 새로운 학습 환경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학습 방식을 경험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생활 방식의 변화라는 문화적 충격과도 만나야했다.
그러한 생활 방식은 지극히 개인적인 삶의 소중함을 더욱 강화하는 인식 전환도 만들어냈다. 이것은 다르게 바라보면 더욱 두터운 개별화로 이어졌으며, SNS의 확대 사용과 다양한 소통 방식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민선 4기는 이러한 사회적 변환점에서 출발했다. 그 당시 인수위원회에서는 전통적인 인수위원회가 주는 인식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전남교육 대전환 준비위원회’라는 조직을 꾸렸다.
명칭의 변경은 단순한 이름의 다름을 넘어서서 교육환경과 내용에서도 전남교육이 크게 전환돼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무엇을 가치의 중심에 두었냐는 것인데 우리 민선 4기는 최소한 필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이야기하자면, ‘공생’과 ‘미래’라는 것이 그 중심에 있었다. 당시 인수위에 참여했던 많은 구성원들(인수위원 포함 다양한 참여 인원)의 치열한 논의 끝에 ‘공생’과 ‘미래’라는 가치를 슬로건으로 표현하는 것부터 고민을 시작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함께 여는 미래, 탄탄한 전남교육”이다. 그 ‘공생’과 ‘미래’를 구체적인 사업으로 말하자면, 대표적인 것이 ‘학생교육수당’과 ‘미래교육’이다. 누구나 전남에서 자라고 성장하기 위한 차별화된 보편적 복지의 지원과 지방이라고 하는 상대적 조건을 넘어선 경쟁력있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하다고 이해하고 적용한 사업이다.
‘학생교육수당’은 온갖 산고 끝에 정부의 설득이라는 난제를 해결하고 2024년부터 시행됐고 2025년에는 모든 초등학생으로 확대 실시하게 됐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소중한 파트너인 전남도의회의 협력은 가히 감동적이었다. ‘미래교육’은 구체적으로 ‘대한민국 미래교육 박람회’라는 지방 최초의 거국적인 행사였다. 그리고 박람회를 통해 ‘K-edu’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박람회를 굳이 여수에서 할 필요가 있느냐? 수도권에서 해마다 하던 것과 뭐가 다르냐?”는 우려들도 있었다. 그러나 자랑스러운 우리 전남교육청 소속 선생님들은 새로운 ‘미래교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이제 그때 보여주었던 교실의 모습은 학교 현장으로 확대되고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다가오는 3월이 기대된다. 이제 전남교육청과 교육지원청들은 학교에서 부족한 교원수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살게 하는 공생의 교육’과 ‘전남의 지리적 환경을 넘어서는 미래교육의 구현체인 미래교실’을 만들어가기 위해 수고하실 학교 구성원들을 지원하고 응원하는 일에 집중할 것이다.
결국 그 해답을 찾고 만들어가는 현장의 중심에는 우리 전남교육가족들의 협력과 연대,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는 걸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국가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혼란한 시기일수록 이를 가장 슬기롭고 지혜롭게 풀어갈 힘은 우리교육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배웠기에 우리 전남교육 가족들의 위대한 능력을 믿는다. 필자도 학교 현장을 적극 지원하는 일에 고민과 실천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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