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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남의 역설적인 상황과 학생교육수당

칼럼

by 호남교육신문 2025. 3. 2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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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전라남도교육감


“학교 수업에 충실했고,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던 것이 좋은 결과의 비법이었습니다.”

대학입시를 위해 치러지는 수능과 과거 학력고사에서 고득점을 차지한 학생들의 교과서 같은 답변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조롱 섞인 유머처럼 사용해 왔던 것은 공교육만으로 좋은 입시 성적을 거둘 수 없다는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었다.

우리 학생들은 오랫동안 사교육에 의지해 왔고, 최근의 사교육비는 심각한 수준으로까지 증가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비가 29조 원을 넘어서며 4년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1인당 월평균 지출액과 참여율, 참여 시간 모두 증가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공교육에 몸담고 있는 교육자의 한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그래도 전남은 오랫동안 사교육비 전국 최하위였고, 사교육 청정지역이라 불리웠다. 과연 이를 긍정적인 시각으로만 보고 다행스러운 일이라 여길 수 있을까? 만약 근처에 학원이 없거나, 경제적인 이유에서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우리는 그 학생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러한 문제를 없애기 위해 전남의 많은 교직원들은 더 힘써왔다. 수업의 질을 높이려 했고, 방과후학교의 혜택을 넓히기 위해 행정적 지원을 확대해 왔다.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고 공교육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그런 노력만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아쉬움을 해소하는 데는 부족함이 많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내놓은 방안이 바로 학생교육수당이었다.

전남은 예로부터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지역이다. 공부는 잘 하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주경야독(晝耕夜讀)의 노력으로 성공 신화를 쓴 인물을 어느 지역보다 많이 배출했다. 하지만 전남의 학습 여건은 점차 어려워졌다. 합계 출산율이 전국 1위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에 따른 피해를 가장 많이 받고 있다.

전남 아이들의 성공 기회도 그만큼 줄었다. 혹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 ‘대한민국’,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지역이 ‘전남’이라고 한다. 전남교육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험한 처지에 놓여 있다. ‘지역을 지키자’는 절박함에서 전남학생교육수당이 탄생했다.

전남학생교육수당은 바우처카드로 지급되며, 예체능 학원, 도서 및 참고서 구입, 스포츠·문화예술 체험, 지역 역사·문화 탐방 관람료 등 다양한 교육활동에 활용 가능하다. 특히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국·영·수 교과 학원비 사용은 금지하고, 학생들의 창의적이고 폭넓은 학습 경험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1년여 지나면서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전남교육청이 시행 1년을 맞아 학생, 학부모, 교직원, 사용가맹점을 대상으로 전남학생교육수당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반적인 만족도는 학생 79.25점, 학부모 75.06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당이 학생들의 학습과 다양한 교육활동을 지원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수당을 사용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고, 반응도 좋았다. “수당 덕분에 손자를 태권도 체육관에 보내게 됐다”며 고마워하시는 할머니, “미술교실과 피아노학원을 다니며 미래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는 학생 등의 사용 수기가 이를 증명한다.

그런데, 이러한 학생교육수당을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인 것처럼 치부하는 일부 지적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학생들의 재능을 키워 꿈 실현과 진로개척에 도움을 주는 예·체능 학원 수강이 입시 경쟁의 주범으로 지적되는 국·영·수 교과의 사교육과 동일시될 수는 없다. 학생교육수당을 통해 아이들의 주도성을 키워주고, 꿈 실현에 도움을 준다는 보람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러한 지적이 나오다니, 안타깝고 가슴이 아리다.

지금 전남의 1인당 사교육비는 32만 원으로 전국 최저이며, 전국 평균 47만 4,000원보다 한참 적다. 사교육 참여율도 71.7%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고, 전국 평균 80.8%를 한참 밑돈다. 그럼에도, 사교육 증가를 지적하고 그 원인을 전남학생교육수당 지급에서 찾는 것은 지나치다.

다만, 학생의 입장에서 교육 정책을 바라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남학생교육수당은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을 넘어,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과 경험을 하게 하고 경제교육도 함께 이루는 교육적 효과에 중점을 둔 정책이다. 또한, 학부모와 함께 진로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참여형 정책이며, 적지 않은 예산이 전남 지역 내에서 사용되는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앞으로 수당의 효과를 주기적으로 분석해 단기적인 성과뿐 아니라 정책 내실화를 기해 정책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나가겠다. 궁극적으로는 전남에서 배우고 꿈을 키운 아이들이 전남을 사랑하고 전남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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