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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다문화 교육, 지역 사회와 함께 키우는 공존의 힘 필요”

칼럼

by 호남교육신문 2025. 7. 1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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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전 노무현재단 광주시민학교장


초등학교 복도에서 들려오는 인사, “Xin chào!” (신짜오!)

낯설지만 따뜻한 인사말이 친구들 사이를 오가며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는 이런 모습들이 이제 ‘다문화’는 특별한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교실과 일상 안으로 깊숙이 들어온 현실이다.

2025년 5월 기준, 광주광역시 내 각종·특수·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총 학생 수는 159,651명. 이 중 다문화 가정 학생은 약 5,400여 명으로 전체 학생 중 3.3%에 이른다. 특히 광산구는 다문화 가정 비율이 높은 대표 지역 중 하나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교실 안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기까지, 교사 혼자서 감당하기엔 현실의 벽이 높다.

교사의 손 내밈에 지역이 응답할 때 

광산구의 한 중학교 수업 시작 전, 교사는 조용히 교실 뒷자리에 앉아 있는 민화를 바라본다. 베트남 출신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 온 민화는 여전히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쉬는 시간엔 조용히 그림을 그리거나, 점심시간엔 혼자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뜨곤 한다. 

며칠 전 열린 학부모 상담에 민화의 어머니는 참석하지 못했다. 통역 지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교사도, 민화도, 어머니도 조심스럽게 서로를 바라보았고 그 어색하고도 서글픈 순간은 교사의 마음에 깊이 남았다. 다음 날 아침, 교사는 광산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혹시 민화 어머님께 통역 지원이 가능할까요?” 작은 손 내밈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지역은 그 손을 놓지 않았다. 센터는 즉시 통역 인력을 연결해주었고, 어머니에게 생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안내했다.

민화 역시 센터와 연계된 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또래 친구들과 언어 활동과 문화 놀이를 함께하면서 점차 밝은 모습을 되찾아갔다. 이렇게 학교와 지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때, 다문화 교육은 교실을 넘어 지역 사회 전체에 뿌리내릴 수 있다.

공존은 따로 가르치는 게 아니다,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다문화 교육은 단순히 언어나 문화를 소개하는 수업 몇 시간으로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고, ‘낯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러한 감수성은 교과서로만 길러지지 않는다.지역 축제 등에서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요리 교실에서 서로의 음식을 나누며, 교실에서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이웃이 함께 어우러지는 장을 꾸준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문화 아동을 위한 언어 교육, 진로 체험, 가족 소통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교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이러한 지역 기반의 연계 프로그램은 단순한 행사 차원을 넘어, 공존의 문화를 교육 일상 속에 스며들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제는 ‘함께 돌보는 구조’가 필요

많은 교사들이 말한다. “마음은 있는데, 시간이 없습니다.”

수업과 상담, 행정과 공문, 민원과 기록 사이에서 학생 한 명을 위한 따뜻한 시간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 다문화 교육 역시 이 부담 속에 밀려날 때가 많다. 이제는 개인의 선의가 아니라, 제도와 구조가 함께 움직여야 할 때이다. 지속 가능한 다문화 교육을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반이 필요하다.

첫째, 지역 단위 협업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교육청, 지자체, 지역센터, 학교 간의 협업을 제도화하고, 정기적인 교류와 정보 공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학교 내 ‘다문화 교육 코디네이터’ 배치를 배치해야 한다. 전문 인력이 학교와 지역 자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아, 교사의 부담을 줄이고 교육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

셋째, 다문화 이해 교육의 일상화가 필요하다. 특별한 행사나 일회성 체험이 아닌, 정규수업과 학사 일정 속에 다문화 감수성을 녹여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은 교실에서 시작되지만, 마을에서 완성돼

다문화 교육은 이제 일부 학생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 사회가 ‘다름’을 받아들이고 ‘공존’을 실천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교사 한 사람의 고군분투만으로 얻을 수 없다. 민화처럼 한 아이가 교실에서 마음을 열기까지, 교사의 따뜻한 시선과 지역의 손길, 마을의 응원이 함께해야 한다.

교사 한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 변화는, 지역과 연결될 때 비로소 아이에게 진짜 힘이 된다.

"아이 곁에 교사가 있고, 교사 곁엔 지역이 있다." 학교가 손을 내밀 때, 지역이 함께 손을 맞잡을 수 있도록.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공존의 교육, 그리고 진짜 교육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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