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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댕기니 좋소야, 집에 가만 있으니 징합디다”

사람, 자연

by 호남교육신문 2022. 3. 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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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초·중·고 만학도 2일 419명 입학식
영암 군서면 온천거주 부부 초등과정 끝내고 중학교 입학 화제

3월 2일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중학교에 입학한 서경임, 정백안 부부.

3월 2일, 어른들이 공부하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입학식이 열렸다. 신입생은 초등1단계∼3단계까지 183명이며 중학교 80명, 고등학교 156명 등 총419명이다.

입학생 가운데는 초등문해학력인정프로그램을 통해 초등학력을 얻은 후 중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은 14명이다. 이날 입학생들은 한 사람 한 사람 가슴 속에 저마다 못 배운 사연을 간직하고 입학식에 참석했다.

입학식은 코로나로 인해 각반별로 진행하되 A반과 B반으로 분반해 최소한의 인원이 모여 진행됐다. 특히 중학교 입학생 가운데 특별한 사연을 가진 노부부 입학생이 있어 화제가 됐다.

정백안(79세) 서경임(74세)부부는 영암 군서면 온천에 거주하며 시장에서 생선을 팔며 공부하고 있다. 2남 1녀를 모두 대학까지 공부시키고 출가까지 시킨 후 이제는 큰 욕심도 없다. 부부는 똑같이 세 살에 부모를 잃고 서럽게 살았다. 남편 정백안 씨는 영암 군서에서 세 살에 부모를 잃고 갖은 고생을 하며 살다가 중매로 아내 서경임씨를 만났다.

아내 서경임 씨는 영암 삼호에서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이름도 호적도 없이 마을에서 그냥 ‘천둥이’라고 불리며 살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마을 이장님이 이름과 호적을 만들어 주셨는데 이때 1951년 생으로 잘못 올린 호적으로 지금껏 살고 있다. 마을 이장님이 생일과 이름을 면사무소에 올려주시며  “얘들아, 이제는 ‘천둥이’ 아니고 ‘경임’이다. 경임이라고 불러라”라고 마을 아이들에게 하신 말씀은 아직도 생생하게 가슴깊이 남아있다. 

그때는 철이 없어 이장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도 못했는데 생각할수록 고마운 분이다. 부부가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초등문해프로그램에서 공부한 것은 4년 전이다. 정백안 씨는 처음에 공부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글을 모르고도 자식 잘 키우고 평생을 살아왔는데 이 나이에 힘들게 배워서 뭐하냐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암읍장과 해남읍장을 돌며 30여년 생선을 팔고 있는 아내가 한글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학교에 가자고 졸라서 마지못해 시작했다. 아내가 “당신 안 가면 나도 안 갈라”하고 큰 소리를 쳐서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섰다. 그런데 학교에 나와 공부하다보니 여간 잘한 결정이 아니었다. 

아내 덕에 학교에도 다닐 수 있게 된 정백안씨는 “학교댕기니 좋소야. 집이 가만 있어도 징합디다. 이렇게 댕기고 구경항게 참말 좋소”라고 말했다. 영어, 수학은 한 개도 모르겠고 국어를 배워 좋다는 정백안 씨는 글을 알게 돼 더이상 바랄 것도 없다고 한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자식들이 모두 와서 중학교 입학을 축하해 줄 것인데 못와 돼 아쉽다.

75세에 초등 1단계를 시작해 2단계, 3단계를 한 해씩 차근차근 공부했는데 3단계 초등과정을 이미 마쳤지만 자신감이 부족해 3단계를 1년 더 공부한 후 올해 큰 결심을 하고 중학교에 입학원서를 냈다. 정백안 씨는 코로나가 무서워 꼼짝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백신 3차까지 접종하고 마스크로 꽁꽁 싸매고 학교에서 공부를 하니 사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  

한편, 올해로 개교 61주년을 맞이하는 재단법인 향토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의 만학도 어르신들은 2022학년 3월 2일 입학을 기점으로 2년 과정의 학교생활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현재 중학교 야간반 신입생 몇 자리가 남아있다. 아직 용기가 없어 시작을 못하는 분들을 위한 마지막 기회다.(문의 교무실 061-276-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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